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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시리즈

사라진 아이스크림 : 빙과 브랜드 스토리

여름의 시작, 이제는 사라진 아이스크림

많은 사람들에게 여름은 단지 계절의 변화가 아니라, 특정 맛과 향, 그리고 감정이 함께 찾아오는 시기입니다. 특히 아이스크림은 여름을 대표하는 간식으로, 한 입만으로도 무더위를 날려줄 만큼 강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다양한 프리미엄 젤라또, 수제 아이스크림, 외국 브랜드들이 넘쳐나지만,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한국의 여름은 국내 빙과 브랜드들이 제조한 아이스크림으로 가득했습니다. 특히 동네 슈퍼나 구멍가게에서 고르는 재미, 진열장 속에서 눈에 띄는 포장을 보고 어떤 걸 고를지 망설이던 시간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빙과 제품 중 상당수가 단종되었고, 이제는 이미지조차 찾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어떤 제품은 유통사 내부 사정으로, 또 어떤 제품은 시장에서의 경쟁 실패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스크림들이 남긴 감성과 기억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잊히지 않고 살아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한때 여름을 지배했던, 그러나 이제는 사라진 아이스크림 브랜드와 제품들에 대해 되짚어 보려 합니다. 그 시절 우리가 왜 그 아이스크림을 그렇게 기다렸고, 왜 지금도 그 맛이 그리운지를 함께 돌아보며, 잊혀져가는 여름의 추억을 소환해 보겠습니다.

 

사라진 아이스크림의 추억

사라진 아이스크림 제품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여름이면 전국의 동네 슈퍼에는 공통된 풍경이 있었습니다. 바로 냉동 진열장 안에 꽉 찬 아이스크림들의 모습이었습니다. 그 진열장을 열고 고르는 순간, 마치 보물상자를 여는 듯한 설렘이 있었습니다. 그 안에는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개성 넘치는 아이스크림들이 즐비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죠스바 수박맛'은 기존 죠스바 시리즈 중 가장 독특한 버전으로, 빨간색과 초록색의 색감이 수박을 연상시켰고, 톡톡 튀는 맛이 여름철 더위를 잊게 만들어주었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던 제품입니다. 하지만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단종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아쉬움을 자아냈습니다. 

 

또한 ‘비비빅 더 진한 인절미맛’도 추운 겨울에도 찾게 될 만큼 인기가 있었지만, 한정판으로만 출시되어 지금은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더위사냥 슈퍼콘’ 역시 기존의 막대바보다 콘 형태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참신함을 주었지만, 콘 아이스크림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단명하고 말았습니다. 일부 아이스크림은 유통업체의 전략 변경이나 수익성 저하 등의 이유로 생산이 중단되었으며, 일부는 원재료 수급 문제나 소비자 선호도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도태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제품들은 오히려 지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더욱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사라진 아이스크림, 이유는?

많은 분들이 한때 사랑받던 아이스크림들이 왜 갑자기 사라졌는지 궁금해하시곤 합니다. 그 이유는 단순히 판매 부진 때문만은 아닙니다. 실제로 사라진 빙과 제품 중에는 출시 당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던 제품도 많았습니다. 문제는 빙과류 시장의 구조 변화와 유통 채널의 전략적 변화였습니다. 2010년 이후 편의점 중심의 유통 환경이 정착되면서, 브랜드들은 한정된 진열 공간 안에서 수익성이 낮은 제품보다는 꾸준한 매출을 낼 수 있는 제품에 집중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실험적인 맛이나 계절 한정 제품들이 하나둘씩 자취를 감췄습니다.

 

또한, 소비자 트렌드의 변화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과거에는 달고 자극적인 맛의 아이스크림이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에는 건강을 고려한 저당, 저칼로리 제품이나 프리미엄 수제 아이스크림이 대세가 되면서 기존의 정통 빙과 제품들이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원재료 가격 상승, 냉동 보관 비용, 유통 마진 등 다양한 경제적 요소까지 겹치며, 사라진 제품들은 점점 더 복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습니다. 아이스크림 하나의 단종 이면에는 복잡한 산업 논리와 트렌드 변화가 얽혀 있었고, 이는 단순한 상품 철수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다시 찾는 사라진 아이스크림

최근 몇 년 사이, 복고 감성을 자극하는 레트로 상품들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과거의 감성과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제품들이 MZ세대뿐 아니라 30~40대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며, 이는 아이스크림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일부 기업은 과거에 단종되었던 아이스크림을 재출시하거나, 기존 제품을 복고 스타일로 리뉴얼하여 추억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와일드바’, ‘폴라포’, ‘죠스바’ 같은 제품들은 단종 위기에서 다시 부활하거나, 한정판으로 재출시되며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복귀 사례가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제품은 맛이나 디자인은 예전 그대로지만, 과거의 감정을 온전히 되살리지는 못해 소비자들의 기대에 못 미치기도 합니다. 그만큼 한 제품이 추억으로 남기까지는 단순한 맛 이상으로, 그 시절의 분위기와 감정이 함께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사라진 아이스크림들은 그 시절의 여름을 온전히 상징하는 존재였습니다. 진열장을 열며 어떤 맛일지 기대하던 마음, 친구와 나눠 먹으며 웃던 순간, 방학 숙제를 미루고 무더위를 피하던 오후의 기억이 모두 그 아이스크림 하나에 담겨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아이스크림들은 단순히 사라진 제품이 아니라, 하나의 ‘기억’으로서 더 소중한 의미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